피스테라 - 묵시아
여정
날짜 : 2023.02.09.(목) 05:40~14:10
걸은 시간 : 8시간 30분
걸은 거리 : 32.9km
누적 거리 : 941.7km
단상1
단상2
단상3
단상4
단상5
그날 DIARY
걷기의 여정이 끝났다. 내일부터 관광인데, 막상 내일부터가 더 걱정이다. 정처없이 걷기만 해도 됐던 지금까지의 일정이었으나, 이젠 멈춤의 시간들. 좋은 것들을 보고 함께 했으면 하는 빈자리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질 일주일 간이기때문이다. 차라리 남은 일정마저 걷기로 채웠어야 했나 싶다가도 완등(?)이라는 증명서가 주어지니 더욱 동력을 떨어졌다. 그리고 주고받는 소식들... 단절의 시간 동안은 정리하고 더 잘 지낼 것이라고 다짐했음에도 뭔가 복잡했다면, 지금은 혼자의 시간이 아쉽고 아쉽다.
짐정리를 하면서 마음 한 켠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시원함이 아닌 공허함. 난 무엇을 위해 이 길을 이렇게 열심히 걸었나. 관계를 형성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은 의도였고,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지만 비움보단 채움이 익숙했다. 매몰차지 못한 성격에 우유부단함 혹은 미련의 조각들이 너무 많다. 여전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란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 그러나 마음이 시키는 일의 방향은 늘 같았고 결과도 늘 같았다.
어쨌든 마지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카미노를 걷기 전과 후의 자신은 다르다고.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고. 나도 이제 조금 달라져야겠다. 어쩌면 달라져 있을 수도. 오늘 다시 한 번 더 일몰을 보러 가야겠다.
다시 일몰을 보고 왔다. 호카곶을 가기 전까지는 마지막 일몰이려나... 혼자 고민은 끝이 없다. 그냥 내일 일정이나 짜자. 무언가 적어보려 다시 일기장을 펼쳤으나 의미 없는 일인 것 같다. 복잡한 생각은 그만.
어쨌든 긴 여정이 끝났다. 고생했다. to me. Buen Camino.
여기에도 정답은 없었다. 자전거 여행처럼. 하지만 나는 분명 무언가가 바뀌고 성장했을 터. 퇴보하진 않았으리라. 나를 믿고 이제 나의 의지를 실천해보자. 더 나은 나를 위해. 더 행복할 나를 위해.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던 소원돌처럼.
자 이제 내일을 계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