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주아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여정
날짜 : 2023.02.05.(일) 08:30~18:50
걸은 시간 : 10시간 20분
걸은 거리 : 49.8km
누적 거리 : 820.2km
단상1
단상2
단상3
단상4
단상5
그날 DIARY
전기면도기, 이어폰, 워치 충전기를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이어폰, 충전기는 어제 알았지만, 면도기는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짐을 풀었다. 옷이 내팽개쳐졌다. 그렇게 큰 물건마저 잃어버렸다. 한꺼번에. 다른 것도 아니고 전자기기를, 하나도 아니도, 한꺼번에.. 포르토마린에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니면 내 챙김과 기억의 한계는 20일 정도일까? 애착이 없던 물건도 아니고 매일같이 쓰던 물건도 있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 가장 달이 크게 차오른 날, 가장 큰 것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놓아주라는 의미인 것인가. 그래야지.
그리고 내 노력의 큰 종이 3장을 받았다. 완주증. 거리기록증, 축복증. 이제 잊고 축복받으라. 나는 이 산티아고에서 정처없이 걸었고 종이 3장에 차분해졌다. 놓아주자. 이렇게...
지난 23일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큰 것을 잃고 큰 것을 얻으니 제로섬 같다. 그리고 한 없이 겸손해진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으며 내 의지 없이 되는 일도 없다. 더 겸손해지고 더 겸허해지자.
그것이 산티아고가 내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나보다.
내일부터는 보너스 같은 4일이 될 듯하다. 이 구간만큼은 좀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