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뿌에르타 - 부르고스

여정 날짜 : 2023.01.22.(일) 08:00~14:20
걸은 시간 : 6시간 20분
걸은 거리 : 23km
누적 거리 : 304.4km

단상1

단상2

단상3

단상4

단상5

그날 DIARY 짧지만 긴 여정이었다. 처음 카페테리아에 갔고 처음 하몽을 맛보았으며 처음 샹그리아를 마셨고 처음 외국 호프에 갔다. 그리고 인류사 박물관에도 갔다. 오늘 여정에서 나의 의지대로 된 것이 많지 않았지만 결국 내 의지와 의사로 진행됐을 일이었다. 약간 취기가 도는 밤. 나쁘지 않다. 나의 설날은 그렇게 지났다. 올해는 나는 어떨까? 무언가 미신의 장난괴 꾀임에 넘어간 걸까? 주체적인 나는 어찌하면 어떻게 될 수 있을까? 그런 나는 존재할까?
프랭크는 선장, 파일럿, 경찰이라는 직업을 지녔으며, 9명의 자녀를 두었고 모두 홈스쿨링을 했다고 한다. 걸으며 든 생각은 마음 먹은 대로 세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이동하며 살 수 있는 삶이겠단 생각을 했다.
무언가 해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여유와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이룬 것이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나의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더 많은 여유와 넓은 시야가 트인 시점이기도 하다. 삶의 목표와 방향은 한 군데로만 집약되는 것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지 않겠는가? 카미노에서 길을 잃고 헤맨 수많은 변수들 중 하나처럼.
나의 삶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궁극의 목적지도 없다. 즐기자. 현재. 카르페디엠. 그리고 먼 훗날 아타푸에르타의 화석처럼 이 글이 발귈되는 순간이 온다면 이런 글을 남긴 이가 얼마나 평범한 삶을 살다 갔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평범의 연속에서 제각기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 그러한 인류에 대한 논고가 한 줄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
그러므로 평범할 나의 삶을 소중히, 충실히 꾸려 나가야겠다.
샹그리아에 취한 밤. 긴 글을 정리하며.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