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리 - 우테르가
여정
날짜 : 2023.01.16.(월) 08:10~16:40
걸은 시간 : 8시간 30분
걸은 거리 : 32.6km
누적 거리 : 82.4km
단상1
단상2
단상3
단상4
단상5
그날 DIARY
연일 비다. 오늘은 그칠 듯 그치지 않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아주 춥지도 아주 덥지도 않게 만들어 주었다. 비가. 팜플로냐의 융성한 번잡함보다는 ARRE의 단정한 세련됨이 더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그리하여 이러한 동네의 삶은 어떠할지 궁금했었다. 우연찮게도 ARRE에서 본 학교의 왁자지껄함이 세련의 핵심처럼 귀를 밝히기도 했다. 매우 번잡한 팜플로냐를 스치듯 안녕하며 바로 다음 마을에 정착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굳게 닫힌 문들. 휑한 도시(?) 마을(?) 여러 마을을 스치며 다리가 매우 무겁게 끌리듯 미끄러져만 갔다. 그러나 야고보의 길. 언덕을 그 시간에 지나며 만약 팜플로냐였다면 다음날 새벽에 지나가 그런 풍광이 있을 것을 상상이나 못하고 지나갔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런대로 누그러졌다. 무거워질대로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어 UTERGA에 도착했다. 체크인하기도 전에 따뜻하게 나온 스프. 뭔가 비에 움츠려들고 무거운 다리로 온몸을 경직시켜 걸었던 내 몸을 온전히 릴렉스 시켜주었다. 이런 따뜻한 마음에 오늘의 고단함이 풀어졌다. 스프의 힘. 다시 생각을 곰곰히 정리해 봐야겠다. 나에게 스프의 힘이 무엇인지.
참으로 따뜻한 알베르게에 몸이 녹는다. 아침까지 기꺼이 허락하며, 즐기자 따뜻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