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보리피리

한하운


<출전> 『보리피리』(1955)

작 품 해 설



원문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 피-ㄹ닐리리"
: 반복법 → 운율형성, 의미 강조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보리피리 불며 ~ 피-ㄹ닐리리"
: 반복법 → 운율형성, 의미 강조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시인이 한센병에 걸리기 이전의 삶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인간의 세계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한센병 환자로서 갖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많은 산과 강

눈물의 언덕한센병 환자로 살아온 방황의 시간과 삶의 비애

피-ㄹ 닐리리.보리피리의 소리를 흉내 낸 음성 상징어.
음성 상징어를 통한 청각적 이미지 환기

작 품 정 리



주제

삶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방랑하는 삶의 정한

내용 요약

한센병으로 고통받던 시인이 방랑하던 삶에 대한 서러움과 고독감을 그려냄.

심 화 감 상



한하운의 삶

거울을 쳐다보니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문둥이* 그 화상이었다. 기절할 노릇이다. 결절은 팔다리 얼굴 할 것 없이 나날이 기하급수로 단말마의 발악처럼 퍼지는 것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쑥덕쑥덕한다.

하루는 상사가 부른다.

“문둥병이 아닌가?”라고 한다. 빨리 치료를 하라는 것이었다.

인제는 그만이다. 세상아! 잘 있거라 하면서 나는 창황히 집으로 돌아왔었다.

고향 땅 함흥에 돌아왔으나 이 꼴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더욱 동리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 도저히 밝은 낮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진종일 밤이 오도록 기다렸다. 사람이 안 다니는 호련천 가 뜰에서 종일 굶으며 기다려야 한다. 인제는 정말로 문둥이 된 설움이 가슴을 찢는다. 문둥이 생활로 입학하는 분함과 서러움에 하루 종일 잔디에서 울었다. 내가 나를 생각해 보아도 내 값이 정말로 한 푼어치도 되지 않는 것을 통절하게 비관하였다.

이제는 인간 폐업령이 내렸다. 이 원한을 피를 토하며 통곡하였다. 몇백 번 죽음을 고쳐 죽어도 자욱 자욱 피맺힌 서러움과 뉘우침이 가득 찬 문둥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밤이 어두워진다. 모든 것을 검게 가리어 주는 밤이 온다.

- 한하운, 「고고한 생명 - 나의 슬픈 반생기」

한하운 시 경향

한센병 환자라는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시적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