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해설
현대운문 - 현대시
<출전> '사슴'(1936)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를 힘겹게 견뎌야 했던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 평안도 금전판에서 만난 적이 있는 여인이 가혹한 시련을 겪은 끝에 결국 출가하여 여승이 된다. 이러한 여인의 비통한 삶에 대해 시어를 조탁하여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서정적인 감동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근대의 무미건조하고 텅 빈 삶의 조건과 방식이 진전되어 가는 당시의 메마른 삶의 현실에 대한 길항 작용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과거를 떠올릴 때에는 공동체적 유대와 우주적 합일의 순간과 경험을 그리게 되지만, 당대 현실을 노래할 때에는 물신화된, 그리하여 소외된 삶이 지배하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후자의 경향은 '여승', '팔원', '촌에서 온 아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에 잘 드러난다.
- 김재용, 「근대인의 고향 상실과 유토피아의 염원」, 『백석 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