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영언』 수록 공후인(공무도하가)

공무도하가(공후인)

백수광부의 아내


<출전> 『해동역사』 권22 언급, 『고금주』,『청구영언』 수록

배 경 설 화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치광이 남자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그 뒤를 말리며 따라갔지만, 채 붙잡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는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하면서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하며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가르쳐 주고 노래 곡조를 공후인이라 이름지었다.

작 품 해 설



公無渡河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끝내 그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찌할꼬

작 품 정 리



주제

임을 잃은 슬픔과 안타까움

작자

백수광부의 아내, 혹은 곽리자고의 아내

작품 요약

백수 광부(흰머리를 풀어 헤친 미친 사람)의 아내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고조선의 노래이다. 원래 노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한역시가 최표의 "고금주"에 설화와 함께 전해진다. "해동역사"에는 배경설화가, "청구시초"에는 한역시가 전해지며, '그 물'을 건너지 말라는 아내의 간절한 부탁을 무시하고, '그 물'을 건너다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드러난다.

심 화 감 상



백수 광부는 누구인가?

남편이 죽는 상황에서 '공후'라는 악기로 노래를 짓는다?

해설 1. 남편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상황에서 공후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므로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노래를 짓는 것으로 봄이 타당함.

해설 2. 서양의 신화비평과 관련지어 백수 광부는 술의 신, 그의 아내는 음악의 신으로 상정하고 물을 매개로 하여 사랑과 죽음을 맞바꿀 수 있다는 강렬한 애정 표현의 황홀경으로 표현한 신화적 해석.

해설 3. 백수는 박수(남자 무당)와 언어적 유사성이 존재함. 무당의 권위가 이전시대보다 떨어지고 대다수의 무당이 불신되거나 배격되는 시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권능을 확인하는 의식을 거행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함.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동일한 처지에서 노래를 전승한 것으로 보는 견해.